2008년 12월 29일
깍두기
5평 남짓한 방에 할머니와 한 아이가 앉아 있다. 저녁밥상에는 흰 쌀 밥 두 그릇과 깍두기 한 접시만이 덩그러니 놓여있다. 아이는 얼마전 할머니가 고물상에서 가져온 TV 앞으로 기어가 버튼을 누른다. 파란 빛이 순간적으로 방안을 가득 메운다.
[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. 무에서 이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원인인 독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의 중국산 무는 이미 국내에도 대량 유통된 상태입니다 .바이러스는 간에 침투하여 간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.]
멍하니 TV를 바라보던 아이는 할머니를 한번 쳐다본다. 할머니는 말없이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말아 먹는다.
다음날 새벽, 할머니는 여느 때와 같이 고물상에 가서 리어카를 빌린다. 할머니 머릿속에는 온통 떨어진 쌀 걱정 뿐이다. 오늘은 박스가 많이 나와 5000원까지 받았으면 했다.
아이는 여느때와 같이 아침을 먹지 않고 집을 나선다 .할머니가 어제 밤에 싸 놓은 도시락은 아침이자 점심이었다. 도시락을 책가방 가장 아래에 넣고 그 위에 책을 넣는다. 아이는 조금이라도 도시락이 따뜻해지길 바란다.
점심시간이 되었다.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지만 늘 그랬듯 밥과 깍두기뿐이다. 그런데 오늘은 그 아이말고 깍두기를 가져온 아이가 한 명도 없다. 아이는 짝꿍에게 깍두기 하나를 건네며 계란찜 하나를 바꿔먹자고 해본다. 짝꿍은 아이를 슬쩍 흘겨보더니 계란찜 하나를 그냥 건넨다.
'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깍두기 먹지 말래. 그거 먹으면 병 걸린다고.'
아이는 건네려던 깍두기를 도시락 통에 그냥 내려놓는다. 그리고는 흰 밥만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는다.
할머니는 오늘 운이 좋았는지 박스가 많이 나와 6200원 을 받았다. 집에 가는 길에 수퍼에 가서 1kg 쌀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온다. 아이는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 TV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. 마치 TV의 파란 빛과 아이가 소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. 할머니는 갓 지은 쌀밥과 깍두기를 내어온다. 아이는 깍두기가 먹기 싫어진다. TV에서는 중국산 무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 현장이 나완다. 현장에는 아이와 같은 또래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있다. 아이는 이제 깍두기를 먹는 것이 무서워진다.
'할머니, 깍두기 먹으면 병 걸린데.'
할머니는 밥 그릇에 물을 부으며 대꾸한다.
'누가 그캐'
'내 짝꿍 엄마도 그라고 텔레비젼도 그라잖아'
할머니는 TV를 쳐다본다. TV에는 촛불집회에 찹가한 한 아주머니의 인터뷰장면이 나온다.
[중국산 무가 사람을 죽일 정도로 위험하다는데 왜 정부는 수입규제를 안하는지 모르겠어요, 이제 애들한테 깍두기도 못 먹이겠어요]
할머니는 밥그릇에 물을 다 부은 후 TV로 다가가 꺼버린다. 그리고 아이의 숟가락에 깍두기를 얹어준다.
'다 거짓 나부렁이들,먹어도 안 죽어. 저거는 내 젊을 때 양 고기도 못먹게 하드만 다 먹어도 아무도 안 죽드라. 어여 밥이나 묵으라.'
아이는 찝찝한 마음이 있지만 밥 한 그릇을 금세 다 먹어치운다.
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리어카에 TV를 싣고 다시 고물상으로 향한다.
아이는 TV가 없어진 것을 보고 시무룩해진다. 그러나 아이는 그 이후 다시는 깍두기를 무서워하지 않는다.
[중국에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견되었습니다. 무에서 이 바이러스를 일으키는 원인인 독성분이 검출되었다고 하는데 이 문제의 중국산 무는 이미 국내에도 대량 유통된 상태입니다 .바이러스는 간에 침투하여 간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.]
멍하니 TV를 바라보던 아이는 할머니를 한번 쳐다본다. 할머니는 말없이 밥그릇에 물을 부어 말아 먹는다.
다음날 새벽, 할머니는 여느 때와 같이 고물상에 가서 리어카를 빌린다. 할머니 머릿속에는 온통 떨어진 쌀 걱정 뿐이다. 오늘은 박스가 많이 나와 5000원까지 받았으면 했다.
아이는 여느때와 같이 아침을 먹지 않고 집을 나선다 .할머니가 어제 밤에 싸 놓은 도시락은 아침이자 점심이었다. 도시락을 책가방 가장 아래에 넣고 그 위에 책을 넣는다. 아이는 조금이라도 도시락이 따뜻해지길 바란다.
점심시간이 되었다. 혹시나 하는 마음에 도시락 뚜껑을 열어 보지만 늘 그랬듯 밥과 깍두기뿐이다. 그런데 오늘은 그 아이말고 깍두기를 가져온 아이가 한 명도 없다. 아이는 짝꿍에게 깍두기 하나를 건네며 계란찜 하나를 바꿔먹자고 해본다. 짝꿍은 아이를 슬쩍 흘겨보더니 계란찜 하나를 그냥 건넨다.
'우리 엄마가 그러는데 깍두기 먹지 말래. 그거 먹으면 병 걸린다고.'
아이는 건네려던 깍두기를 도시락 통에 그냥 내려놓는다. 그리고는 흰 밥만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는다.
할머니는 오늘 운이 좋았는지 박스가 많이 나와 6200원 을 받았다. 집에 가는 길에 수퍼에 가서 1kg 쌀 한 봉지를 사들고 집으로 들어온다. 아이는 방 안에 덩그러니 앉아 TV만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. 마치 TV의 파란 빛과 아이가 소통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. 할머니는 갓 지은 쌀밥과 깍두기를 내어온다. 아이는 깍두기가 먹기 싫어진다. TV에서는 중국산 무 수입을 반대하는 집회 현장이 나완다. 현장에는 아이와 같은 또래들이 촛불을 들고 나와 있다. 아이는 이제 깍두기를 먹는 것이 무서워진다.
'할머니, 깍두기 먹으면 병 걸린데.'
할머니는 밥 그릇에 물을 부으며 대꾸한다.
'누가 그캐'
'내 짝꿍 엄마도 그라고 텔레비젼도 그라잖아'
할머니는 TV를 쳐다본다. TV에는 촛불집회에 찹가한 한 아주머니의 인터뷰장면이 나온다.
[중국산 무가 사람을 죽일 정도로 위험하다는데 왜 정부는 수입규제를 안하는지 모르겠어요, 이제 애들한테 깍두기도 못 먹이겠어요]
할머니는 밥그릇에 물을 다 부은 후 TV로 다가가 꺼버린다. 그리고 아이의 숟가락에 깍두기를 얹어준다.
'다 거짓 나부렁이들,먹어도 안 죽어. 저거는 내 젊을 때 양 고기도 못먹게 하드만 다 먹어도 아무도 안 죽드라. 어여 밥이나 묵으라.'
아이는 찝찝한 마음이 있지만 밥 한 그릇을 금세 다 먹어치운다.
다음날 아침 할머니는 리어카에 TV를 싣고 다시 고물상으로 향한다.
아이는 TV가 없어진 것을 보고 시무룩해진다. 그러나 아이는 그 이후 다시는 깍두기를 무서워하지 않는다.
# by | 2008/12/29 15:57 | MY WRITING★ | 트랙백 | 덧글(0)
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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